덕계

저출산, 진짜 병목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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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책상이 많은 한국 초등학교 교실, 저출산으로 줄어든 학생 수를 상징하는 사진

명세서가 아니라 인구가 문제입니다.

2023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이 0.72명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가 채 한 명이 안 됩니다. 뉴스 제목만 보면 남 얘기 같지만, 그 뒤에는 집값과 학원비, 직장 눈치라는 아주 익숙한 장면이 깔려 있습니다.

출산율 0.72명, 얼마나 낮은 숫자일까

인구가 현 수준을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 2.1명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그 3분의 1 수준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0.72명은 국가 통계 작성 이래 최저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명을 밑돕니다. OECD 평균은 약 1.5명입니다.

숫자가 추상적이라면 이렇게 보면 됩니다. 지금 태어나는 100명이 다음 세대에는 약 36명으로 줄어듭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줄어든 세대가 다시 아이를 낳으니 감소 속도가 눈덩이처럼 붙습니다. 이걸 인구절벽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은행은 2023년 보고서에서 “저출산은 청년층이 경쟁·불안·비관에 노출된 결과이며, 개별 정책이 아니라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인구절벽 고령화 영향

왜 청년들은 결혼을 미룰까

결혼이 늦어지면 출산도 늦어집니다. 통계청 인구동향에 따르면 2023년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4세, 여성 31.5세로 20년 전보다 약 4세 올랐습니다. 첫 아이를 낳는 산모 평균 연령도 33세를 넘었습니다. 생물학적으로 둘째, 셋째를 낳을 시간이 줄어듭니다.

결혼을 미루는 이유의 첫머리는 돈입니다. 특히 집입니다. 신혼집 마련이 사실상 첫 관문인데, 수도권 아파트값은 연 소득을 여러 해 모아도 닿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수도권 집중과 청년층 주거비 부담을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서 수도권 자가 마련 소요 연수는 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도 10년을 넘겼습니다. 여기에 일자리와 대학이 수도권에 몰려 청년이 서울로 모입니다. 좁은 공간에 사람이 몰리니 주거비는 더 오릅니다. 악순환입니다.

결혼정보업체 설문이 아니라 정부 조사에서도 미혼 청년의 결혼 유보 사유 1위는 꾸준히 ‘자금 부족’입니다. 감정이 식어서가 아니라 계산이 안 맞아서입니다.

신혼부부 주거 지원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정말 억 단위가 들까

결혼이라는 문을 넘어도 두 번째 벽이 있습니다. 양육비, 그중에서도 사교육비입니다. 통계청 사교육비 조사에서 2023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원대로 역대 최고를 찍었습니다. 참여 학생만 따지면 55만원을 넘습니다.

숫자를 풀어 보겠습니다. 아이 한 명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간 사교육을 받으면, 물가 상승을 빼고도 수천만원이 듭니다.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더하면 1인 양육에 억 단위가 든다는 계산이 과장이 아닙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과도한 사교육 경쟁이 자녀 양육에 대한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키워 출산을 포기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부담은 돈만이 아닙니다. 옆집 아이가 학원 세 곳을 다니면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합니다. 이 경쟁 심리가 비용을 끌어올립니다. 그래서 많은 부부가 ‘한 명이라도 제대로 키우자’며 둘째를 접습니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서도 자녀 추가 출산을 막는 요인 상위에 양육·교육비가 올랐습니다.

일하던 엄마가 사라지는 이유

출산이 곧 소득 절벽으로 이어지는 구조도 큽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30대 후반 여성의 경력단절 비율은 다른 연령대보다 뚜렷하게 높습니다. 아이를 낳고 회사를 떠난 뒤 다시 돌아오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의 임금이 통째로 사라지는데, 그 자리를 메울 돌봄 인프라는 부족합니다.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는 길고, 초등 저학년의 하교 시간과 부모의 퇴근 시간은 어긋납니다. 이 공백을 학원이 메우니 다시 사교육비로 돌아옵니다.

여성 경력단절과 육아·돌봄 공백을 나타내는 다이어그램

육아휴직을 쓰고 싶어도 눈치가 보인다는 응답이 여전히 많습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서 남성 육아휴직 사용은 늘고 있으나 전체 사용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낮습니다. 결국 부담이 여성 한쪽으로 쏠립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가 진짜입니다. 이 모든 걸 정부가 몰랐던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육아휴직 급여 신청

280조를 썼는데 왜 안 통했을까

돈을 안 써서 실패한 게 아닙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집계로 2006년 이후 저출산 대응에 투입된 누적 예산은 280조원을 넘습니다. 그런데도 출산율은 계속 떨어졌습니다. 이유는 예산이 흩어졌기 때문입니다.

한 자녀당 몇 십만원짜리 현금 지원은 수백 개로 쪼개졌습니다. 정작 청년이 체감하는 집값과 일자리, 장시간 노동 같은 뿌리는 손대지 못했습니다. 전문가 다수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지점은 ‘아이를 낳으면 준다’가 아니라 ‘낳아도 살 만하다’는 예측 가능성입니다.

병목 요인핵심 지표연결 문제
주거수도권 자가 마련 10년 이상결혼·출산 지연
사교육1인 월 43만원대둘째 포기
경력단절30대 후반 여성 급증가구 소득 절벽
노동시간OECD 상위권 장시간육아 시간 부족

따라서 저출산은 청년 개인이 이기적이어서 생긴 문제가 아닙니다. 집, 학원, 회사라는 세 개의 벽이 동시에 서 있는 구조의 문제입니다. 이 셋 중 하나만 낮춰서는 숫자가 움직이기 어렵다는 게 지난 20년이 남긴 데이터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국 합계출산율이 정확히 얼마인가요?

통계청 인구동향에 따르면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국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이는 인구 유지선인 2.1명의 3분의 1 수준이며,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명을 밑돕니다.

Q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요?

단일 원인은 없습니다. 다만 정부 조사에서 반복적으로 상위를 차지하는 요인은 주거비 부담, 사교육 중심의 양육비, 여성의 경력단절입니다. 이 세 가지가 서로 물려 결혼과 출산을 함께 늦춥니다.

Q

왜 결혼과 첫 출산 연령이 계속 높아지나요?

신혼집 마련과 안정된 일자리 확보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통계청 자료로 2023년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4세, 여성 31.5세이며, 첫 출산 산모 평균 연령도 33세를 넘어섰습니다.

Q

정부가 저출산에 쓴 예산은 얼마나 되나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집계로 2006년 이후 누적 280조원을 넘습니다. 다만 소액 현금 지원으로 쪼개진 탓에 주거·일자리·노동시간 같은 근본 요인을 바꾸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Q

다른 나라도 한국처럼 출산율이 낮나요?

낮아지는 추세는 비슷하지만 정도가 다릅니다. OECD 평균은 약 1.5명이고, 프랑스와 스웨덴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한국의 0.72명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서도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출처 및 인용

  1. [1]

    2023년 합계출산율 0.72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저, OECD 유일 1명 미만

    출처: 통계청 2023년 출생·인구동향, https://kostat.go.kr

  2. [2]

    2023년 평균 초혼 연령 남성 34세·여성 31.5세, 첫 출산 산모 평균 33세 초과

    출처: 통계청 인구동향조사, https://kosis.kr

  3. [3]

    2023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43만원대로 역대 최고

    출처: 통계청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https://kostat.go.kr

  4. [4]

    2006년 이후 저출산 대응 누적 예산 280조원 초과

    출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https://www.betterfuture.go.kr

  5. [5]

    저출산은 청년층의 경쟁·불안 노출 결과로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진단

    출처: 한국은행 경제전망 보고서, https://www.bok.or.kr

  6. [6]

    수도권 자가 마련 소요 연수 10년 이상

    출처: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https://www.moli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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