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계

응급피임약, 72시간 안이면 괜찮을까?

12분 읽기
탁자 위 시계와 알약 한 정, 응급피임약 복용 시한을 상징하는 사진

72시간이 지나면 정말 소용없나요?

아닙니다. 성분에 따라 시한이 다릅니다. 레보노르게스트렐 제제는 72시간, 울리프리스탈 제제는 120시간까지 복용 시한이 허가돼 있습니다. 두 성분 모두 늦어질수록 성공률은 내려갑니다. 시한은 마감선이지 안전선이 아닙니다.

밤새 검색창만 두드리다 아침을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사이 시계는 이미 대여섯 시간을 먹었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순서가 안 잡히실 겁니다. 우선 시간부터 계산하세요. 기준점은 마지막 성관계 시점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응급피임을 성관계 후 5일 이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안내하면서, 가능한 한 빨리 복용할 것을 함께 권고합니다. 국내 제품별 허가 시한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에서 성분명으로 조회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72시간 안”이라는 말이 실제 확률로 어떤 뜻인지 아는 분은 드뭅니다.

12시간이 지날 때마다 확률이 깎입니다

시점이 곧 성공률입니다. 레보노르게스트렐 임상 데이터에서 임신 예방률은 24시간 이내 약 95%, 24-48시간 약 85%, 48-72시간 약 58%로 보고됐습니다. 같은 약, 같은 용량인데 복용 시점 하나로 1.6배 넘는 격차가 벌어집니다.

복용 시점보고된 임신 예방률판단
12시간 이내95% 이상가장 유리한 구간
24-48시간약 85%이미 10%p 하락
48-72시간약 58%절반 남짓
72-120시간레보노르게스트렐 시한 밖울리프리스탈 상담

이 수치는 1998년 세계보건기구 다국가 임상시험 자료에서 나온 분석입니다. 1,9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배정 연구였고, 이후 국내외 진료 지침의 근거가 됐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응급피임약에 대해 “성관계 후 가능한 한 빨리 복용할수록 효과가 크다”고 명시한다.

응급피임약 복용 시점별 임신 예방률 비교 그래프

한 가지 오해가 있습니다. 이 약은 이미 착상된 임신을 중단시키는 약이 아닙니다. 배란 시점을 미뤄 정자와 난자가 만날 타이밍을 어긋나게 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배란이 이미 끝났다면 효과가 떨어집니다.

레보노르게스트렐과 울리프리스탈, 뭐가 다른가요?

작동 원리는 같고 버티는 구간이 다릅니다. 둘 다 배란을 늦추지만, 황체형성호르몬이 이미 치솟기 시작한 배란 직전 시점에서는 울리프리스탈 아세테이트 쪽이 억제력을 더 유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시한도 48시간 더 깁니다.

구분레보노르게스트렐 1.5mg울리프리스탈 아세테이트 30mg
복용 시한72시간120시간
복용 방법1정 단회1정 단회
배란 직전 효과상대적으로 감소상대적으로 유지
국내 분류전문의약품전문의약품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사항은 레보노르게스트렐 제제에 대해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가능한 한 빨리 1정을 복용한다”고 규정한다.

세 번째 선택지도 있습니다. 구리 자궁내장치입니다. 성관계 후 5일 이내 삽입하면 임신 예방률이 99% 이상으로 보고되는, 응급피임 수단 중 수치가 가장 높은 방법입니다. 시술이 필요해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이후 장기 피임까지 이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선택 기준은 대한산부인과학회 진료 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바로 살 수 있나요?

국내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응급피임약은 전문의약품이라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조제됩니다.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재분류 검토 끝에 전문의약품 분류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약국 문을 밀고 들어가도 처방전 없이는 나올 수 없습니다.

혼동이 잦은 지점이 여기입니다. 매일 먹는 사전피임약은 일반의약품이라 약국에서 바로 구매됩니다. 같은 피임약이라는 이름을 쓰지만 분류가 다릅니다.

밤이나 휴일에 막혔다면

비용도 미리 알아두면 덜 당황합니다. 응급피임약은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라 진찰료와 약값을 100% 본인 부담합니다. 금액은 의료기관마다 달라 사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공공보건 상담 창구 정보는 보건복지부 안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산부인과 진료실에서 처방전을 확인하는 장면

복용 후 생리가 늦어지면 임신인가요?

대부분은 약의 반응입니다. 고용량 호르몬이 배란 시점을 흔들면 다음 생리가 앞당겨지거나 밀립니다. 예정일 기준 앞뒤 7일 안쪽 변동은 흔하게 보고되는 범위입니다. 이 구간이면 지켜봐도 됩니다.

기준선은 7일입니다. 예정일에서 7일을 넘겨 생리가 없다면 임신 검사를 받으세요. 복용 후 흔히 보고되는 반응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 번의 복용으로 이후 생리 주기가 영구히 망가지지는 않습니다. 다음 주기, 늦어도 그다음 주기에는 원래 패턴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다만 주기 변화가 두 달 넘게 이어지면 진료를 받아 원인을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효과를 깎아먹는 상황, 우선순위 셋

같은 약을 같은 시간에 먹어도 결과가 갈리는 조건들이 있습니다. 자주 놓치는 순서대로 셋만 짚습니다.

첫째, 복용 후 3시간 이내 구토. 약이 흡수되기 전에 나온 셈입니다. 이 경우 재복용 여부를 처방한 의사나 약사에게 즉시 상담하세요.

둘째, 체중. 체질량지수 30 이상에서 레보노르게스트렐의 피임 효과가 감소한다는 분석이 여러 차례 보고됐습니다. 해당된다면 울리프리스탈이나 구리 자궁내장치가 대안으로 검토됩니다.

셋째, 복용 이후의 성관계. 이 약은 이미 지나간 한 번을 되돌리는 용도입니다. 복용 뒤 같은 주기에 다시 관계를 가지면 그 관계는 보호받지 못합니다.

덧붙일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응급피임약의 성매개감염 예방 효과는 0입니다. 감염이 걱정되는 상황이라면 별도 검사가 필요하고, 검사 항목과 시기는 질병관리청 안내를 참고하세요.

지금 순서를 정한다면

첫째, 마지막 성관계 시점부터 몇 시간이 지났는지 계산합니다. 둘째, 그 시간에 맞는 성분이 무엇인지 판단합니다. 72시간을 넘겼다면 레보노르게스트렐이 아니라 울리프리스탈이나 구리 자궁내장치를 놓고 상담해야 합니다. 셋째, 처방 경로를 확보합니다.

검색으로 흘려보내는 한 시간이 확률을 깎습니다. 순서만 정해지면 나머지는 진료실에서 정리됩니다.

이 글은 세계보건기구,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사항, 공개된 임상 연구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와 복용 중인 약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므로, 실제 복용은 의사 또는 약사와 상담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관계 직후 바로 먹어도 되나요?

됩니다. 오히려 가장 유리한 시점입니다. 12-24시간 이내 복용 구간에서 임신 예방률이 가장 높게 보고됐습니다. 다음 날 아침까지 기다릴 이유는 없습니다.

Q

한 달에 두 번 복용해도 괜찮은가요?

의학적으로 복용 횟수 상한이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반복 복용은 부정출혈과 주기 교란을 키우고, 일반적인 피임법보다 실패율이 높습니다. 반복 상황이라면 사전피임약이나 자궁내장치 같은 상시 피임법을 상담하는 편이 낫습니다.

Q

술을 마신 상태인데 복용해도 되나요?

알코올이 약의 피임 효과를 직접 떨어뜨린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문제는 구토입니다. 복용 후 3시간 이내에 토하면 흡수가 안 된 것으로 보고 재복용을 상담해야 합니다.

Q

미성년자도 처방받을 수 있나요?

연령을 이유로 처방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의사가 상태를 확인한 뒤 처방합니다. 보호자 동행이 법적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의료기관 방침에 따라 안내가 다를 수 있어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Q

복용 후 임신 검사는 언제 하면 되나요?

생리 예정일이 7일 이상 지연됐을 때가 기준입니다. 복용 직후 검사는 의미가 없습니다. 착상 이후 분비되는 호르몬을 측정하는 방식이라 시점이 이르면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Q

복용한 뒤 다시 관계를 가지면 그 약이 보호해 주나요?

아닙니다. 응급피임약은 복용 이전에 있었던 한 번의 관계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후의 관계는 별도로 피임해야 하고, 같은 주기 안이라도 보호 효과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출처 및 인용

  1. [1]

    레보노르게스트렐 복용 시점별 임신 예방률 24시간 이내 약 95%, 24-48시간 약 85%, 48-72시간 약 58%

    출처: WHO Task Force on Postovulatory Methods of Fertility Regulation, Lancet 1998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https://pubmed.ncbi.nlm.nih.gov/9708750/

  2. [2]

    응급피임은 성관계 후 5일 이내 사용 가능하며 빨리 복용할수록 효과가 크다

    출처: 세계보건기구 Emergency contraception fact sheet,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emergency-contraception

  3. [3]

    레보노르게스트렐 1.5mg 제제는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 가능한 한 빨리 1정 복용, 국내 전문의약품 분류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 허가사항, https://nedrug.mfds.go.kr

  4. [4]

    구리 자궁내장치는 성관계 후 5일 이내 삽입 시 임신 예방률 99% 이상

    출처: 세계보건기구 Family planning/Contraception methods,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family-planning-contraception

  5. [5]

    성매개감염병은 응급피임약으로 예방되지 않으며 별도 검사가 필요하다

    출처: 질병관리청 성매개감염병 관리지침 안내, https://www.kdca.go.kr

  6. [6]

    야간·휴일 진료 의료기관 및 약국 정보는 응급의료포털에서 조회 가능

    출처: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포털 E-Gen, https://www.e-ge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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