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계

약관이 무효가 되는 기준과 소비자 대응 4단계

15분 읽기
돋보기로 계약서 약관 조항을 살펴보는 50대 남성의 모습

약관 조항은 어떤 경우에 무효가 되나요?

기준은 약관규제법 제6조입니다.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해 공정성을 잃은 조항은 무효입니다.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거나, 예상하기 어렵거나, 계약의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면 불공정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서명 여부는 판단을 뒤집지 못합니다.

계약서를 다시 꺼내 보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위약금 청구서를 받았을 때죠. 그제서야 작은 글씨 조항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서명하셨잖아요”라는 답을 듣습니다.

그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약관은 사업자가 혼자 미리 만든 문서입니다. 협상 과정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원문을 볼 수 있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1987년 7월 시행 이후 줄곧 이 불균형을 전제로 작동해 왔습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한다.

여기에 제3조 제4항이 하나 더 붙습니다. 사업자가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그 조항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습니다. 무효 판단까지 갈 것도 없이 조항이 계약에서 빠지는 셈이죠. 제5조 제2항도 같은 방향입니다. 뜻이 명백하지 않은 조항은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합니다.

그럼 어떤 문구가 실제로 걸리는지가 궁금하실 겁니다.

무효 조항 유형, 대표적인 6가지는 이렇습니다

약관규제법은 제7조부터 제14조까지 무효 조항 유형을 따로 나열합니다. 면책, 과중한 손해배상액 예정, 해지권 제한, 의사표시 의제, 재판관할 합의, 입증책임 전가. 이 6개 축에 실무 분쟁의 상당수가 걸립니다.

유형근거 조문약관에서 보이는 문구
면책 조항제7조“회사는 어떠한 손해에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과중한 배상액 예정제8조“중도 해지 시 잔여 대금 전액을 위약금으로 한다”
해지권 배제·제한제9조“가입 후 어떠한 경우에도 해지할 수 없습니다”
의사표시 의제제12조“회신이 없으면 동의한 것으로 봅니다”
재판관할 합의제14조“모든 소송은 회사 본점 소재지 법원으로 한다”
입증책임 전가제14조“고장 원인은 고객이 입증하여야 합니다”

제7조는 사업자나 그 피용자의 고의·중대한 과실 책임을 통째로 지우는 문구를 겨냥합니다. 제12조는 예외가 있습니다. 상당한 기한을 주고 “기한 내 회신이 없으면 동의로 본다”는 뜻을 따로 명확히 고지했다면 유효할 수 있습니다.

조항 하나가 무효여도 계약 전체가 날아가지는 않습니다. 제16조는 나머지 부분만으로 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정합니다. 남은 부분만으로 계약 목적을 이룰 수 없을 때만 전부 무효로 갑니다.

약관규제법 무효 조항 6가지 유형 비교 인포그래픽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무효라고 판단했다면 무엇부터 손대야 할까요.

소비자 이의 제기, 순서를 거꾸로 하면 손해입니다

조정이나 소송보다 먼저 할 일은 증거 고정입니다. 가입 화면, 약관 원문 파일, 설명 여부가 담긴 통화 녹음. 그 뒤에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합니다. 전화 항의만 반복하면 기록이 남지 않습니다.

순서는 이렇게 잡으시면 됩니다.

  1. 가입 시점 자료 확보. 웹 가입이면 동의 화면 캡처, 종이 계약이면 사본 전체. 설명의무 위반을 다투려면 “무엇을 못 들었는지”가 특정돼야 합니다.
  2. 사업자에게 서면 이의. 문제 조항 번호, 무효라고 보는 근거 조문, 요구 사항(환불액·해지 처리)을 한 장에 씁니다.
  3. 내용증명 발송. 인터넷우체국을 통해 보내면 우체국이 3년간 원본을 보관해, 나중에 발송 사실과 내용을 함께 증명할 수 있습니다.
  4. 회신 기한 명시. 통상 7-14일을 주고 무응답 시 조정 신청 예정임을 적습니다.

금융 상품이라면 통로가 하나 더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금융민원은 보험·대출·카드 약관 분쟁을 별도로 접수합니다. 어느 창구든 3번까지 마친 자료가 그대로 증거가 됩니다.

분쟁 신청 방법, 세 갈래 중 어디가 빠를까요

공적 통로는 셋입니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 공정거래위원회 약관 심사청구. 내 돈을 돌려받는 것이 목적이면 조정, 조항 자체를 고치는 것이 목적이면 심사청구입니다. 목적을 헷갈리면 몇 달을 버립니다.

통로비용걸리는 기간얻는 결과
1372 소비자상담센터무료수일상담·합의 권고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무료30일, 연장 시 최장 60일조정 성립 시 재판상 화해 효력
공정거래위원회 약관 심사청구무료수개월시정권고·시정명령, 개인 환불은 없음
민사소송(소액사건)인지대·송달료수개월 이상집행력 있는 판결

소비자기본법 제66조는 분쟁조정 신청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조정을 마치도록 정합니다. 조정 결정을 통지받으면 15일 안에 수락 여부를 알려야 하고, 답이 없으면 수락한 것으로 봅니다.

소비자기본법 제67조 제4항은 성립된 분쟁조정의 내용에 대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라고 정한다.

약관 심사청구는 성격이 다릅니다. 제19조에 따라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 등록 소비자단체, 한국소비자원, 사업자단체가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같은 조항으로 피해를 볼 다음 사람까지 막는 방식이죠. 대신 내 환불금은 여기서 나오지 않습니다.

소송을 택한다면 소액사건 기준을 보세요. 2017년 1월부터 소송목적의 값 3,000만원 이하가 소액사건이라 절차가 간이합니다. 비용이 부담되면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무료 법률상담을 먼저 이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소비자분쟁조정 신청 절차와 30일 처리 기간 단계 다이어그램

소비자분쟁조정 신청

계약 해지권을 막는 조항을 왜 따로 다룰까요

약관규제법 제9조가 해제·해지만 별도로 규율하기 때문입니다. 법률이 준 고객의 해지권을 배제하거나 행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항, 사업자에게만 넓은 해지 사유를 주는 조항은 무효입니다. 위약금까지 과중하면 제8조가 함께 걸립니다.

해지 관련 분쟁에서 자주 놓치는 것이 청약철회 기간입니다. 개별 법이 정한 기간은 약관으로 줄일 수 없습니다.

“당사는 청약철회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그대로 믿을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위약금 계산이 애매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조정 단계의 실질 기준이 됩니다.

무효 주장이 잘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솔직하게 짚겠습니다. 세 가지 상황에서는 승산이 떨어집니다. 개별 협상한 조항, 협상력이 대등한 사업자 간 거래, 그리고 시간을 끄는 동안 불어나는 이자입니다.

첫째, 약관의 정의부터가 “여러 상대방과 계약하려고 미리 마련한” 문서입니다. 담당자와 문구를 주고받아 고친 조항은 약관이 아니라 개별약정이라, 약관규제법의 불공정성 심사 대상에서 벗어납니다.

둘째, 이 법은 사업자 사이의 거래에도 적용됩니다. 다만 양쪽 협상력이 비슷하다고 평가되면 불공정성 인정이 훨씬 까다로워집니다.

셋째, 돈 문제입니다. 다투는 동안에도 지연손해금은 쌓입니다. 민사 법정이율은 연 5%, 상행위로 생긴 채무는 상법상 연 6%입니다. 소송으로 가면 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 소송촉진법상 연 12%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2019년 6월 1일부터 적용된 이율이죠. 무효 주장이 옳아도 결론이 늦어지면 부담은 커집니다.

그래서 조정을 먼저 거는 선택이 현실적입니다. 30일이라는 법정 기한이 붙어 있는 유일한 통로니까요.

오늘 안에 끝낼 수 있는 네 가지

지금 계약서를 펴고 순서대로만 하시면 됩니다. 표 형태의 자료를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문제 조항 번호 하나만 특정하면 나머지는 따라옵니다.

조항이 무효라는 판단은 결국 제3자가 합니다. 그 판단을 받을 자리에 서류를 올려놓는 일까지가 소비자 몫이죠.

이 글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소비자기본법 원문과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공개 자료를 기반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개별 사안의 법적 판단은 변호사 또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서명하고 도장까지 찍었는데도 무효 주장이 되나요?

됩니다. 약관규제법 제6조는 서명 여부가 아니라 조항의 공정성을 기준으로 무효를 판단합니다. 약관은 협상 없이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마련한 문서라는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사업자가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제3조 제4항에 따라 그 조항 자체를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습니다.

Q

조항 하나가 무효면 계약 전체가 없던 일이 되나요?

아닙니다. 약관규제법 제16조는 무효 조항을 뺀 나머지 부분으로 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정합니다. 예외는 남은 부분만으로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거나, 한쪽에게 부당하게 불리해지는 경우입니다. 그때만 계약 전부가 무효가 됩니다.

Q

소비자분쟁조정과 공정위 약관 심사청구 중 무엇을 먼저 해야 하나요?

목적이 다릅니다. 환불이나 위약금 반환처럼 내 돈을 돌려받는 것이 목적이면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입니다. 신청일부터 30일 이내 처리가 원칙이고, 양측이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 조항 자체를 고쳐 다음 피해자를 막는 것이 목적이면 공정거래위원회 약관 심사청구를 이용합니다.

Q

분쟁조정 결정이 나왔는데 답변을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소비자기본법 제67조 제2항에 따라 조정 결정을 통지받은 날부터 15일 안에 수락 여부를 알려야 합니다. 그 기간에 아무 의사표시가 없으면 수락한 것으로 봅니다. 침묵이 거절이 아니라 동의로 처리된다는 점을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 주의해야 합니다.

Q

약관에 청약철회 불가라고 적혀 있으면 정말 못 하나요?

개별 법이 정한 철회 기간은 약관으로 줄이거나 없앨 수 없습니다. 전자상거래와 할부거래는 7일, 방문판매와 전화권유판매는 14일이 기본입니다. 금융상품은 2021년 3월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보장성 15일, 대출성 14일, 투자성 7일이 적용됩니다.

Q

변호사 없이 혼자 진행해도 되나요? 비용이 얼마나 드나요?

1372 소비자상담센터 상담,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 공정위 약관 심사청구는 모두 신청 비용이 없습니다. 소송으로 갈 때만 인지대와 송달료가 듭니다. 소송목적의 값이 3,000만원 이하면 소액사건 절차라 진행이 비교적 간이하고, 비용이 부담되면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무료 법률상담을 먼저 이용할 수 있습니다.

출처 및 인용

  1. [1]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이며, 부당하게 불리하거나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은 불공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법령/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2. [2]

    사업자가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지 않으면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출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4항,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

  3. [3]

    고객의 해제권·해지권을 배제하거나 그 행사를 제한하는 약관 조항은 무효이며,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지우는 조항도 무효다

    출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8조·제9조,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

  4. [4]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분쟁조정 신청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조정을 마쳐야 하며, 부득이한 경우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출처: 소비자기본법 제66조,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

  5. [5]

    성립된 소비자분쟁조정의 내용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며, 조정 결정 통지 후 15일 내 의사표시가 없으면 수락한 것으로 본다

    출처: 소비자기본법 제67조,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 안내, https://www.kca.go.kr

  6. [6]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 등록 소비자단체, 한국소비자원, 사업자단체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약관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출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19조,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 안내, https://www.ftc.go.kr

  7. [7]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청약철회 기간은 보장성 상품 15일, 대출성 상품 14일, 투자성 상품 7일이다

    출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46조, 금융감독원, https://www.fss.or.kr

  8. [8]

    소송목적의 값이 3,000만원 이하인 민사사건은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른 간이 절차 대상이다

    출처: 소액사건심판규칙 제1조의2,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

← 자기관리 목록으로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