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측정기 고를 때 가격표보다 먼저 볼 5가지
혈당측정기, 무엇부터 따져야 할까요?
정확도 기준, 채혈 방식, 시험지 조건, 허가 이력. 이 네 가지가 고르는 기준의 뼈대입니다. 본체 가격은 맨 마지막에 봐도 늦지 않습니다. 실제 지출은 대부분 시험지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약국 진열대 앞에 서면 제품이 열 가지가 넘습니다. 상자마다 ‘정확’, ’간편’이 적혀 있으니 비교가 어렵죠. 결국 가격표만 보고 집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산을 한 번 해 보겠습니다. 하루 2회 재면 한 달에 약 60매가 들어갑니다. 1년이면 730매입니다. 하루 4회라면 1,460매로 2배가 됩니다. 본체는 한 번 사면 끝이지만, 시험지는 측정 횟수만큼 계속 나갑니다.
측정 횟수는 치료 방법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도 인슐린 사용 여부에 따라 자가혈당측정 권고를 나눠 둡니다. 내 측정 횟수부터 담당 의료진에게 확인해 두세요. 혈당 정상 수치 공복 식후
그렇다면 화면에 뜬 숫자는 얼마나 믿어도 될까요? 첫 번째 갈림길이 여기 있습니다.
혈당측정기 오차 범위, 몇 %까지 정상인가요?
국제 기준 ISO 15197:2013은 측정값의 95%가 일정 범위 안에 들면 합격으로 봅니다. 혈당 100 mg/dL 미만은 ±15 mg/dL, 100 mg/dL 이상은 ±15% 이내입니다. 정상 제품도 이만큼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국제표준화기구의 ISO 15197:2013은 자가혈당측정 결과의 95%가 혈당 100 mg/dL 미만에서 ±15 mg/dL, 100 mg/dL 이상에서 ±15% 안에 들어와야 한다고 규정한다.
숫자로 바꾸면 체감이 달라집니다.
| 실제 혈당(mg/dL) | 허용 범위(mg/dL) | 범위 폭 |
|---|---|---|
| 80 | 65-95 | 30 |
| 150 | 약 128-173 | 약 45 |
| 250 | 약 213-288 | 약 75 |
혈당이 높을수록 허용 폭도 넓어집니다. 250 구간의 폭은 80 구간의 약 2.5배입니다.
이 기준은 2003년판보다 엄격해진 것입니다. 2003년판은 75 mg/dL 이상 구간의 허용 폭이 ±20%였습니다. 그러니 설명서에 ’ISO 15197:2013 충족’이 적혀 있는지 보세요. 연도 없이 ’ISO 인증’만 쓰여 있다면 판본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미국은 조금 더 깐깐합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6년 가정용 가이던스에서 기준을 더 높였습니다. 전 측정 구간에서 95%는 ±15%, 99%는 ±20% 안에 들어야 합니다. 오차가 생기는 원인과 점검 방법도 함께 살펴볼 만합니다. 혈당측정기 정확도 오차 범위
문제는 오차를 기기만 만드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피를 어디서 뽑느냐에 따라서도 숫자가 달라집니다.
채혈 부위 차이, 팔뚝에서 재도 괜찮을까요?
팔뚝·손바닥 같은 대체 부위 측정을 허용하는 기기가 있습니다. 다만 혈당이 빠르게 변할 때는 손끝보다 변화가 늦게 반영됩니다. 저혈당이 의심될 때는 손끝으로 재는 것이 원칙입니다.
손끝은 모세혈관이 많아 혈당 변화가 빨리 드러납니다. 대신 신경도 많아 아픕니다. 하루 4회 이상 재는 분에게는 이 통증이 측정을 거르는 이유가 되기도 하죠.
미국 FDA는 식후, 운동 직후, 인슐린 투여 후처럼 혈당이 빠르게 변할 때 대체 부위 결과가 손끝 결과와 다를 수 있다고 안내한다.
| 구분 | 손끝 | 대체 부위(팔뚝 등) |
|---|---|---|
| 통증 | 큰 편 | 상대적으로 적음 |
| 혈당 변화 반영 | 빠름 | 늦을 수 있음 |
| 혈액 확보 | 쉬움 | 문지르거나 더 눌러야 함 |
| 저혈당 의심 시 | 사용 | 부적합 |
통증이 부담이라면 두 가지를 보세요. 설명서에 대체 부위 측정이 명시돼 있는지, 그리고 채혈기 깊이를 조절할 수 있는지입니다. 필요 혈액량이 1 μL(마이크로리터, 1,000분의 1 mL) 이하인 제품은 얕게 찔러도 측정이 됩니다.
채혈 방식까지 정했다면 이제 돈이 실제로 나가는 곳을 볼 차례입니다.
시험지가 본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시험지는 기기마다 전용입니다. 본체를 고르는 순간 앞으로 몇 년 치 시험지도 함께 정해집니다. 그리고 정확도를 실제로 좌우하는 것도 시험지의 효소 방식과 보관 상태입니다.
효소 방식: 복막투석 중이라면 꼭 확인
시험지는 효소로 포도당을 잡아냅니다. 크게 포도당 산화효소(GOD) 방식과 포도당 탈수소효소(GDH) 방식으로 나뉩니다. GDH 가운데 PQQ라는 보조 인자를 쓰는 방식은 맥아당 같은 다른 당에도 반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문제가 된 사례가 있습니다. 2009년 미국 FDA는 공중보건 통지를 냈습니다. 아이코덱스트린 복막투석액 사용자 등에서 GDH-PQQ 방식이 혈당을 실제보다 높게 표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높게 나온 수치를 믿고 인슐린을 더 맞으면 저혈당 위험이 커집니다.
GOD 방식에도 약점은 있습니다. 혈중 산소 농도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산소 치료 중이라면 설명서의 주의 문구를 먼저 읽어 보세요.
적혈구용적률 허용 범위
적혈구용적률(헤마토크릿, 피 속 적혈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낮거나 높으면 오차가 커집니다. 제품마다 설명서에 허용 범위가 적혀 있습니다. 빈혈이 있거나 투석 중이라면 이 범위가 넓은 제품이 유리합니다.
시험지 보관 유효기간, 기준은 개봉일입니다
겉 상자의 유효기간과 개봉 후 사용기한은 다릅니다. 통에 든 시험지는 개봉 후 사용기한을 따로 정한 제품이 많습니다. 이때는 상자 날짜가 남았어도 개봉 후 기한이 먼저 끝납니다.
자주 나오는 보관 실수는 이렇습니다.
- 뚜껑을 열어 둔 채 측정해 습기를 먹임
- 욕실·주방처럼 습한 곳에 둠
- 여름철 차 안에 방치해 보관 온도를 벗어남
- 다른 통으로 옮겨 담아 건조제 효과가 사라짐
새 통을 열면 통에 개봉 날짜를 적어 두세요. 하루 1회만 재는데 대용량 통을 사면 개봉 후 기한 안에 다 못 쓸 수 있습니다. 대조액(농도를 미리 아는 확인용 용액)으로 한 번 점검하면 시험지 상태도 확인됩니다.
그런데 이 조건을 다 갖춰도, 국내 허가가 없는 제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의료기기 허가 확인은 어디서 하나요?
국내에서 파는 혈당측정기와 시험지는 체외진단의료기기로 식약처 허가·인증 대상입니다. 의료기기 전자민원창구에서 제품명·업체명으로 허가 내역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체외진단의료기기법은 2020년 5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정식으로 수입·제조된 제품은 포장에 허가(인증)번호가 표시됩니다. 번호를 식품의약품안전처 조회 결과와 맞춰 보면 됩니다.
해외 직구 제품은 세 가지를 따로 따져야 합니다.
- 표시 단위: mmol/L로 표시되는 기기가 있습니다. 1 mmol/L는 약 18 mg/dL이라 5.5 mmol/L는 약 99 mg/dL입니다.
- 시험지 공급: 국내 유통이 없으면 시험지를 계속 직구해야 합니다.
- 요양비 지원: 국내 허가와 공단 등록이 없으면 지원 대상에서 빠집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비 지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당뇨병 소모성 재료 구입비를 요양비로 지원합니다. 대상은 1형 당뇨병, 인슐린을 투여하는 2형 당뇨병 환자 등으로 조건이 나뉩니다. 지원 품목은 시험지·채혈침·인슐린 주사바늘 같은 소모품입니다. 처방전을 받고 공단 등록 업소에서 구입해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이 남습니다. 손가락을 찌르지 않는 연속혈당측정기로 가면 고민이 끝날까요?
연속혈당측정기가 있으면 일반 측정기는 필요 없을까요?
연속혈당측정기(CGM)는 피부 아래 센서로 수 분 간격 측정해 변화 추세를 보여 줍니다. 다만 혈액이 아닌 간질액을 재므로 시간차가 생깁니다. 증상과 수치가 맞지 않을 때 확인용 일반 측정기가 여전히 쓰이는 이유입니다.
| 항목 | 자가혈당측정기 | 연속혈당측정기 |
|---|---|---|
| 측정 대상 | 손끝 혈액 | 피하 간질액 |
| 측정 빈도 | 찌를 때만 | 수 분 간격 자동 |
| 변화 추세 | 보이지 않음 | 화살표로 표시 |
| 비용 구조 | 시험지 소모 | 센서 주기 교체 |
| 혈당 급변 시 | 바로 반영 | 수 분 늦을 수 있음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도 자가혈당측정을 당뇨병 관리의 기본 도구로 다룹니다. CGM을 쓰더라도 일반 측정기 1대는 백업으로 두는 구성이 흔합니다. 이 경우 백업기는 측정 횟수가 적으니 시험지 개봉 후 기한을 특히 챙겨야 합니다.
매장에서 5단계로 걸러 내는 순서는?
허가 확인, 정확도 판본, 시험지 연간 비용, 시험지 특성, 사용 편의 순서로 보면 됩니다. 앞 단계에서 걸린 제품은 다음 단계로 넘기지 않습니다. 이 순서면 진열대 앞 고민이 10분 안에 끝납니다.
단계 1: 허가번호와 표시 단위 확인
포장의 허가(인증)번호를 식약처 조회 결과와 대조합니다. 화면 단위가 mg/dL인지도 함께 봅니다.
단계 2: ISO 15197:2013 충족 문구 확인
판본 연도가 2013인지 보세요. 2003년판 기준이라면 허용 오차가 더 넓습니다.
단계 3: 시험지 1매 단가 × 연간 사용량 계산
하루 2회, 연 730매를 기준으로 비교합니다. 매당 100원만 달라도 1년에 73,000원 차이가 납니다.
단계 4: 효소 방식·적혈구용적률 범위·보관 조건 확인
복막투석, 빈혈, 산소 치료 중이라면 이 단계에서 걸러지는 제품이 생깁니다. 개봉 후 사용기한도 이때 확인합니다.
단계 5: 화면 크기, 기록 저장, 채혈기 깊이 조절
숫자가 크게 보이는 화면은 노안이 온 분에게 체감 차이가 큽니다. 기록 저장이나 앱 연동이 되면 진료 때 수치를 그대로 보여 줄 수 있습니다.
가장 싼 본체가 가장 싼 선택은 아닙니다. 1년 치 시험지 값과 허가 이력까지 넣어 비교해 보세요. 그래야 2년 뒤에도 후회가 없습니다.
이 글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질병관리청, 미국 FDA, ISO 공개 자료를 기반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혈당측정기 두 대로 재면 숫자가 다른데 고장인가요?
ISO 15197:2013은 혈당 100 mg/dL 이상에서 ±15%까지 허용하므로, 두 기기 차이가 그 안이라면 정상 범위입니다. 손가락이나 측정 시점이 다르면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같은 조건에서 허용 범위를 반복해 벗어난다면 대조액으로 점검한 뒤 제조사에 문의하세요.
Q유효기간이 지난 시험지를 써도 되나요?
쓰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시험지의 효소는 시간이 지나면 반응성이 떨어져 수치가 틀어질 수 있습니다. 겉 상자 유효기간이 남았더라도 개봉 후 사용기한이 지났다면 같은 이유로 교체 대상입니다.
Q알코올 솜으로 닦고 바로 재도 되나요?
알코올이 완전히 마른 뒤에 재야 합니다. 젖은 상태에서는 혈액이 희석돼 수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과일 등을 만진 손이라면 손가락에 묻은 당이 섞여 높게 나오므로 흐르는 물로 씻고 말린 뒤 측정하세요.
Q약국에서 산 시험지도 요양비 지원을 받을 수 있나요?
그 약국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판매업소라면 가능합니다.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하고, 지원 대상 여부는 당뇨병 유형과 인슐린 투여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구입 전에 공단 홈페이지나 고객센터에서 등록 여부를 확인하세요.
출처 및 인용
- [1]
자가혈당측정 결과의 95%가 100 mg/dL 미만에서 ±15 mg/dL, 100 mg/dL 이상에서 ±15% 이내여야 한다
출처: ISO 15197:2013, https://www.iso.org/standard/54976.html
- [2]
가정용 혈당측정기는 전 측정 구간에서 95%가 ±15%, 99%가 ±20% 이내여야 한다
출처: 미국 FDA, Self-Monitoring Blood Glucose Test Systems for Over-the-Counter Use (2016), https://www.fda.gov/regulatory-information/search-fda-guidance-documents/self-monitoring-blood-glucose-test-systems-over-counter-use
- [3]
혈당이 빠르게 변할 때 대체 부위 측정값은 손끝 측정값과 다를 수 있으며, GDH-PQQ 방식은 맥아당 등 다른 당에 반응할 수 있다
출처: 미국 FDA 혈당측정기기 안내, https://www.fda.gov/medical-devices/in-vitro-diagnostics/blood-glucose-monitoring-devices
- [4]
혈당측정기·시험지는 체외진단의료기기로 허가·인증 대상이며 허가 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전자민원창구, https://emedi.mfds.go.kr
- [5]
당뇨병 소모성 재료(시험지·채혈침 등) 구입비를 요양비로 지원하며 공단 등록 업소 구입이 조건이다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https://www.nhis.or.kr
- [6]
자가혈당측정은 당뇨병 관리의 기본 도구다
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https://health.kdc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