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 화장품, 성분표에서 무엇을 봐야 할까요?
성분표부터 읽으면 금방 막힙니다.
전성분은 수십 개인데, 어느 성분이 여드름에 작용하는지는 따로 표시돼 있지 않습니다. ‘트러블 케어’, ‘약산성’, ‘저자극’ 같은 문구는 거의 모든 제품에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구들 대부분은 법으로 정한 기준이 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광고 문구 대신 고시와 학회 지침을 기준으로 성분을 가려 봅니다.
여드름이 생기는 기본 원리가 궁금하시면 먼저 따로 정리된 글을 보셔도 좋습니다.
여드름 화장품에 쓰이는 트러블 케어 성분 종류는?
대표 성분은 살리실릭애씨드(BHA), 나이아신아마이드, 티트리 오일, 아젤라산, 레티놀 5가지입니다. 이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로 ‘여드름성 피부 완화’ 기능성을 인정받은 성분은 살리실릭애씨드 하나입니다. 기준 농도는 0.5%이고, 씻어내는 제품에만 해당합니다.
여드름은 가벼운 피부 고민이 아닙니다. 2015년 영국피부과학회지 분석 자료를 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9.4%가 여드름을 앓고 있습니다. 그만큼 제품도 많고, 광고 문구도 제각각입니다.
| 성분 | 주된 작용 | 강점 | 단점 |
|---|---|---|---|
| 살리실릭애씨드(BHA) | 모공 속 각질·피지를 녹임 | 국내 유일 여드름 기능성 성분 | 건조감·따가움 |
| 나이아신아마이드 | 피지·붉은기 완화 보조 | 자극이 적음, 미백 기능성(2-5%) | 여드름 개선은 보조 역할 |
| 티트리 오일 | 여드름균 억제 | 식물 유래 항균 성분 | 원액은 접촉피부염 위험 |
| 아젤라산 | 항균·각질 정상화 | 여드름 자국 색소에도 쓰임 | 고농도 제품은 의약품 |
| 레티놀 | 각질 탈락 촉진 | 주름 개선 기능성 성분 | 초기 자극·건조 |
기능성 표시가 없으면 효과가 없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효능 자료를 식약처가 심사한 제품은 ‘기능성화장품’ 문구가 붙은 제품뿐입니다.
화장품법 시행규칙 제2조는 ’여드름성 피부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화장품’을 기능성화장품으로 정하면서, 인체세정용 제품류로 한정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은 2017년 5월 기능성화장품 범위가 넓어지면서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바르는 BHA 토너나 세럼은 같은 성분이 들어 있어도 ‘여드름 완화’ 기능성 표시를 할 수 없습니다.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식물 성분인 티트리 오일은 어느 정도일까요? 비교 연구가 하나 있습니다.
티트리 오일은 의약품 성분만큼 효과가 있을까요?
효과는 있었지만 더 느렸습니다. 1990년 호주에서 여드름 환자 124명을 대상으로 5% 티트리 오일 젤과 5% 과산화벤조일 로션을 비교한 연구가 있습니다. 두 그룹 모두 병변이 줄었지만, 티트리 오일 쪽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대신 부작용 차이가 컸습니다. 같은 연구에서 부작용 보고 비율은 티트리 오일 그룹 44%, 과산화벤조일 그룹 79%였습니다. 원문 초록은 PubMed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연구에 쓰인 것은 5%로 희석한 젤입니다. 원액을 면봉으로 바로 찍어 바르는 방식과는 전혀 다릅니다. 원액은 농도가 높아 접촉피부염을 부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성분이 좋아도, 내 피부에 맞는지는 성분표 다른 곳에서 가려집니다.
‘저자극’ 문구만 믿어도 될까요?
’저자극’은 법정 기준이 있는 표현이 아닙니다. 대신 확인할 곳이 세 군데 있습니다. 착향제 알레르기 유발성분 표기, 전성분에서 에탄올의 위치, 그리고 ‘여드름성 피부 사용 적합’ 문구의 근거입니다. 이것이 실전에서 쓰는 저자극 성분 확인법입니다.
1단계: 전성분 순서를 읽습니다
국내 화장품은 2008년부터 전성분 표시제가 시행됐습니다. 성분은 많이 든 순서대로 적습니다. 단, 함량 1% 이하 성분은 순서와 상관없이 적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뒤쪽 성분의 순서만 보고 농도를 짐작하면 틀리기 쉽습니다.
2단계: 알레르기 유발 착향제를 찾습니다
2020년 1월부터 착향제 속 알레르기 유발성분 25종은 따로 표시해야 합니다. 바르고 두는 제품은 0.001%, 씻어내는 제품은 0.01%를 넘으면 표시 대상입니다. 리모넨, 리날룰, 시트랄 같은 이름이 보이면 예민한 피부는 한 번 더 따져 보세요.
3단계: ‘여드름성 피부 적합’ 문구의 근거를 확인합니다
식약처의 화장품 표시·광고 실증 기준에서 ’여드름성 피부에 사용에 적합’은 인체적용시험 자료가 필요한 표현입니다. 흔히 말하는 논코메도제닉(모공을 막지 않는다는 뜻) 시험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근거 자료가 궁금하면 제조사 고객센터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
새 제품은 귀 뒤나 팔 안쪽에 먼저 발라 보세요. 이틀 정도 붉어짐이 없는지 보면 됩니다. 화장품 패치 테스트 방법
그런데 여기서부터가 진짜입니다. 성분표에 아예 있어서는 안 되는 이름들이 있습니다.
화장품에 넣으면 안 되는 사용 금지 성분은?
스테로이드(부신피질호르몬), 항생물질, 레티노익애씨드(트레티노인)는 화장품 사용금지 원료입니다. 모두 의약품 성분입니다. 바르자마자 여드름이 눈에 띄게 가라앉는 화장품이라면 오히려 성분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스테로이드는 단기간에 염증을 누르지만, 오래 바르면 피부가 얇아지고 스테로이드 여드름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항생제는 내성 문제 때문에 의사 처방 아래에서만 씁니다. 성분 이름이 낯설면 대한화장품협회 성분사전에서 검색해 볼 수 있습니다.
금지는 아니지만 제한이 걸린 성분도 있습니다
살리실릭애씨드는 배합 한도가 정해진 사용제한 원료입니다. 또 영유아용이나 만 13세 이하 어린이용으로 표시한 제품에는 쓸 수 없습니다(샴푸는 예외). 사춘기 초기 자녀용 제품을 고를 때 한 번 확인해 보세요.
해외 직구 제품은 국내 기준으로 심사받기 전 단계일 수 있습니다. 성분표를 직접 대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화장품 사용 금지 성분 확인
그럼 약국이나 피부과에서 쓰는 성분은 무엇이 다를까요?
피부과 처방 성분과 화장품 성분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차이는 농도와 허가 방식입니다. 화장품은 피부를 정상 상태로 돕는 수준까지만 허용되고, 의약품은 치료 효과를 심사받습니다. 아다팔렌·트레티노인·클린다마이신은 처방 성분입니다. 과산화벤조일은 국내에서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돼 약국에서 살 수 있습니다.
| 구분 | 대표 성분 | 구입처 | 특징 |
|---|---|---|---|
| 화장품 | 살리실릭애씨드, 나이아신아마이드 | 올리브영·마트 | 예방·관리 수준 |
| 일반의약품 | 과산화벤조일 | 약국 | 항균 효과 강함, 표백·건조 |
| 전문의약품 | 아다팔렌, 트레티노인, 클린다마이신 | 피부과 처방 | 치료 목적, 의사 관리 |
| 먹는 처방약 | 이소트레티노인 | 피부과 처방 | 중증용, 임신 중 금기 |
학회 지침도 이 차이를 보여 줍니다.
미국피부과학회(AAD) 2024년 여드름 치료 지침은 과산화벤조일·국소 레티노이드·국소 항생제를 강한 권고로, 살리실산·아젤라산을 조건부 권고로 분류했습니다.
쉽게 말해 화장품 성분인 살리실산은 근거 수준이 한 단계 낮습니다. 지침 요약은 미국피부과학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약이면 무조건 농도가 높을수록 좋을까요?
아닙니다. 과산화벤조일 비교 연구에서 2.5% 농도는 5%·10%와 비슷한 효과를 보이면서 자극은 적었습니다. 이소트레티노인은 효과가 크지만 임신 중 복용하면 안 되고, 복용 중에는 피임이 필요합니다. 반드시 의사 처방과 관리 아래에서 써야 하는 약입니다.
붉고 단단한 결절이 반복되거나 흉터가 남기 시작했다면 화장품의 영역을 넘어선 상태입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과 대한피부과학회 모두 이런 경우 전문의 진료를 권합니다. 피부과 여드름 치료 비용
성분을 제대로 골라도 실패하는 이유는?
성분보다 조합과 기간에서 실패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좋은 성분도 여러 개를 한꺼번에 겹치면 피부 장벽이 먼저 무너집니다. 또 대부분의 성분은 효과를 확인하는 데 최소 4-6주가 걸립니다. 미국피부과학회도 이 기간을 기다려 보라고 안내합니다.
흔한 경우를 상황별로 나눠 보면 이렇습니다.
- BHA 토너 + 레티놀 세럼 + 스크럽을 동시에: 각질 제거가 겹쳐 따가움과 붉은기가 생깁니다. 각질 제거 성분은 하나만 고르세요.
- 티트리 오일 원액을 여드름에 직접: 앞의 연구는 5% 희석 젤이었습니다. 원액은 접촉피부염 위험이 큽니다.
- 2주 쓰고 효과 없다고 교체: 판단하기엔 이른 시점입니다. 한 제품은 최소 한 달 반은 써 봐야 비교가 됩니다.
- 레티놀 첫날부터 매일 사용: 주 2-3회 저녁부터 시작해 간격을 줄이는 방식이 자극을 덜 줍니다.
한 가지 더. 새 제품은 한 번에 하나씩만 추가하세요.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성분표 앞에서 확인할 순서는?
다섯 가지만 순서대로 보면 됩니다. 기능성 표시, 핵심 성분, 알레르기 성분, 금지 성분, 그리고 내 피부 상태입니다.
- ‘기능성화장품’ 문구가 있는지 봅니다. 여드름 기능성은 세안제에만 붙습니다.
- 핵심 성분 하나를 정합니다. BHA, 나이아신아마이드, 레티놀 중 겹치지 않게 고릅니다.
- 착향제 알레르기 성분(리모넨·리날룰 등)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 스테로이드·항생물질 같은 의약품 성분이 없는지 봅니다. 직구 제품은 특히 그렇습니다.
- 결절·흉터가 있으면 화장품을 바꾸기 전에 피부과 진료를 먼저 받습니다.
이 글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국가법령정보센터 법령, 미국피부과학회 지침, PubMed 수록 연구를 기반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개인 피부 상태에 따른 진단과 처방은 피부과 전문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여드름에는 BHA와 AHA 중 무엇이 더 맞나요?
BHA인 살리실릭애씨드는 기름에 녹는 성질이 있어 피지가 찬 모공 안까지 작용합니다. AHA는 물에 녹아 피부 표면 각질에 주로 작용합니다. 국내에서 여드름 완화 기능성이 인정된 성분도 BHA인 살리실릭애씨드입니다.
Q여드름 기능성화장품은 왜 세안제뿐인가요?
화장품법 시행규칙이 여드름성 피부 완화 기능성화장품을 인체세정용 제품류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르는 토너나 세럼에는 같은 성분이 들어 있어도 '여드름 완화' 기능성 표시를 할 수 없습니다.
Q약국에서 파는 과산화벤조일 연고는 화장품과 같이 써도 되나요?
과산화벤조일은 건조와 자극을 일으킬 수 있어, BHA나 레티놀과 겹쳐 바르면 자극이 커집니다. 함께 쓸 때는 약사나 피부과 전문의와 사용 순서와 횟수를 상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옷이나 수건이 탈색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 두세요.
Q여드름 화장품은 얼마나 써야 효과를 알 수 있나요?
미국피부과학회는 새 여드름 관리 제품의 효과를 판단하려면 4-6주 정도 꾸준히 사용해 보라고 안내합니다. 그 전에 제품을 자주 바꾸면 어떤 성분이 맞는지 가려내기 어렵습니다. 따가움이나 붉은기가 심해지면 기간과 상관없이 사용을 멈추세요.
출처 및 인용
- [1]
여드름성 피부 완화 기능성화장품은 인체세정용 제품류로 한정되며, 2017년 5월 기능성화장품 범위 확대로 도입
출처: 화장품법 시행규칙 제2조,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법령/화장품법시행규칙
- [2]
여드름성 피부 완화 기능성 고시 성분은 살리실릭애씨드 0.5%, 착향제 알레르기 유발성분 25종 표시 의무(2020년 1월 시행)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기능성화장품 기준 및 화장품 표시 규정, https://www.mfds.go.kr
- [3]
전 세계 인구의 약 9.4%가 여드름을 앓고 있음
출처: Tan JK, Bhate K. A global perspective on the epidemiology of acne. Br J Dermatol 2015, https://pubmed.ncbi.nlm.nih.gov/?term=Tan+Bhate+global+perspective+epidemiology+acne
- [4]
5% 티트리 오일 젤과 5% 과산화벤조일 로션 비교(124명), 부작용 44% 대 79%
출처: Bassett IB et al. Med J Aust 1990, https://pubmed.ncbi.nlm.nih.gov/?term=tea+tree+oil+benzoyl+peroxide+acne+Bassett
- [5]
과산화벤조일·국소 레티노이드·국소 항생제는 강한 권고, 살리실산·아젤라산은 조건부 권고
출처: Reynolds RV et al. Guidelines of care for the management of acne vulgaris. J Am Acad Dermatol 2024, https://pubmed.ncbi.nlm.nih.gov/?term=guidelines+of+care+management+acne+vulgaris+2024
- [6]
여드름 관리 제품은 효과 판단까지 4-6주 사용 권장
출처: 미국피부과학회(AAD) Acne resource center, https://www.aad.org/public/diseases/acne
- [7]
화장품 성분명과 배합 정보 확인
출처: 대한화장품협회 성분사전, https://kcia.or.kr/cid/main/